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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정없다고 단언할수있다고 말했는데[1]
139 다희만세3.17(수)조회 183추천 0비추천 0

139 다희만세3.17(수)조회 183추천 0비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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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역, 판교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없이 들어올리며 지하철에서 내릴 채비를 했다. 넓은 승강장 위로 다리를 뻗어 지하철에서 내리자 숨이 턱턱 막혔다. 회사의 다른부서에 일어난 ‘중대한 사건’으로 인한 잦은 야근 때문이었다. 오늘도 길고 긴 하루가 될것이다.
“야야, 애들아 요새 메이플때문에 개돼지들 난리요동치는거 알지?”
팀장이 박수를 세번치며 말하자 시끌벅적한 아침에 고요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저 말이 무슨뜻인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이번엔 좀 파장이 큰거같아. 근데 애들아, 우리가 누구냐?”
잦은 야근탓에 우리는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였으니, 아무도 대답을 하지않은건 당연지사.
“어? 막내, 대답할줄 몰라?”
맞장구를 쳐주지 않은 팀원들을 대신해 막내가 화살을 받았다.
“죄...죄송합니다!!! 우리는 네...넥슨입니다!!!!”
막내가 대답했다.
“그래 맞아. 우리는 넥슨, 저들은 개돼지호구. 어차피 시간 지나면 잊혀져. 응? 피파3 알잖아. 개돼지들 피**먹고 버렸는데, 피파3영상에 달린 댓글보니까 찬양글밖에 없더라! 키키킥..! 아 그러니까 이번 일로 민심좀 끌어모으고, 메난민 알지?메난민. 메이플 개돼지가 다른게임으로 넘어가는걸 메난민이라고 그러드라. 우리도 그 돼지들 피좀**서 실적좀 올리고! 어? 너네들은 인마들아, 패키지좀 잘 만들어봐!”
“넵”
“저번처럼 패키지에 임대선수팩 넣고 그러면 인마, 개돼지들도 깡패가되는거야! 빠칭코에 맛보기로 하나 주고, 확률 높은것처럼 딱! 미끼하나 던져주고 응? 장사는 이렇게하는거야~!”
저 목을 베어도 피한방울 나오지않을 사기꾼의 말을 듣다보니 나도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야야, 확률은 대애충 그럴싸하게 끄적여서 게시판에 올려주고, 어차피 과금많이한 돼지들은 우리 믿어”
팀장이 미션을 주자,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스크때문에 표정은 가려졌을 것이다.
“확률은 어느정도 조정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50% 라고 적어두고 30%로 해두면...!”
내가 되물었다.
“내 말 뭐들었냐~ 우리 넥슨이라니까? 어차피 돈쓸 돼지새기들은 다 쓴다고..! 시간 지나면 과금러 개돼지들이 알아서 커버쳐줄거니까 그건 걱정말고! 확률은 그대로 가! 그리고 어제 BJㅇㅇ 강화장사하는 영상올렸더라? 그 매물 고강 가격 높히고 확률낮춰야되는거 알지?”
“네에~”
“이번에 실적좀 오르면 내가 윗선에 보고 잘~드려서 회식이든 뽀나스든 건의 해볼테니까, 당분간만 화이팅하자! 자! 다같이 화이팅!”
“화이팅!!”
팀장의 박수 두번소리에 맞춰서 의자바퀴소리가 요동쳐왔다. 아무일 없다는듯 다시 굴러가는 이 거지같은 굴레소리. 종이컵과 믹스커피를 한봉을 집어든후 정수기와 마주친 나는 눈을 감았다.
‘여기서 정상인사람이 나밖에 없는것 같애...!’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가슴에서 요동쳐온다..
‘난 이 사기꾼들의 소굴이 치가 떨릴정도로 싫다. 내일 나는 사표를 낼것이다...!!’
커피를 타다가 생각에 잠긴 나는, 커피를 타는게 귀찮아져 자리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까똑!”
엄마에게 문자메세지가 왔다.
‘아들아, 너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했을때는 정말 기뻤다. 너희 아버지 돌아가시고, 너랑 니 동생이랑 애지중지 길렀는데, 너가 삼수생일때는 널 원망도 많이했었다.. 아들이 어느덧 대기업에 들어가 떳떳하게 살수있을거라는 생각에 난 정말이지 기쁘구나. 그 곳에서 어떤 시련이 **온들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해보았으면 싶구나. 하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다. 사기꾼처럼 남의돈만 등**지 않으면 덜 벌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생활해다오(~_~)’
어색한 이모티콘으로 마무리되는 엄마의 긴글을 읽자 눈시울이 붉어졌고 이내 눈물한방울이 똑 떨어졌다.
“엄마, 미안해.. 나 사기꾼이야...”
속마음이 터져나와 마스크안쪽으로 조용히 독백했다.
난 마우스를 잡고 확률표를 작성한다.
난 사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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